📌 이 글의 핵심
이 글은 국제조세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개념인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PE)에 대해 다룹니다. 자회사·지점 없이도 외국에서 과세될 수 있는 근거, 법인세법 제94조와 조세조약의 PE 요건, 그리고 대표적인 PE 유형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해외 진출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라면 반드시 사전 점검해야 할 내용입니다.

국경을 넘는 사업이 많아진 시대입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세무 쟁점이 바로 고정사업장(PE)입니다. "자회사도 지점도 없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PE 개념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1. 고정사업장(PE)이란 무엇인가
고정사업장이란,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거주지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두고 사업 활동 및 수익 창출을 수행하는 고정된 사업장소를 의미합니다. 영문으로는 Permanent Establishment, 줄여서 PE라고 부릅니다.
우리 세법상으로는 법인세법 제94조(외국법인)와 소득세법 제120조(비거주자)에서 이를 "국내사업장"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두 법률의 요건이 사실상 동일하므로, 이 글에서는 법인세법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 용어 정리
· 거주지국(Residence Country): 납세자가 거주하는 국가
· 원천지국(Source Country): 소득이 발생한 국가
· 국내사업장: 외국법인·비거주자가 한국에 둔 PE를 가리키는 법령상 용어
2. 고정사업장이 왜 중요한가
(1) 사업소득 과세권 배분의 핵심 기준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한 체약국의 거주자(기업)가 다른 체약국에서 벌어들인 사업소득은, 그 다른 체약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한 그 다른 체약국에서 과세할 수 없다.
즉, 사업소득의 과세권은 거주지국이 우선이고, 원천지국은 그 나라에 PE가 있는 경우에만 그 PE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2) 자회사·지점이 없어도 과세될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PE는 반드시 법인이나 지점 형태일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 자회사·지점이라는 법적 실체가 없더라도, 한국 과세관청이 PE를 인정하면 그 PE에 귀속되는 소득에 한국 법인세가 부과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 시 현지에 PE가 인정되면, 현지국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3. 고정사업장의 두 가지 종류
고정사업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구분의미
| 일반 고정사업장 (Fixed Place of Business PE) |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실제로 물리적인 고정 장소를 두고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지점·사무소·공장·창고 등이 대표적 |
| 간주 고정사업장 (Dependent Agent PE) |
고정된 장소가 없더라도, 외국 기업의 사업 활동만을 보조하는 종속대리인이 있다면 그 대리인을 PE로 간주. "간주 PE"라고 부르는 이유 |
4. 근거 법령 — 법인세법과 조세조약
PE 판정의 근거 규정은 법과 조세조약입니다. 이를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조세조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고, 법인세법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론상 법인세법상 PE가 인정되더라도 조세조약상 PE가 부정되면 과세할 수 없습니다. 두 규범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만, 두 규정상 고정사업장 요건이 유사하여 실무에서는 특별히 구별실익은 없습니다.
규범조문내용
| 국내 세법 | 법인세법 제94조 소득세법 제120조 |
국내사업장 요건과 대표적 유형 규정 |
| 조세조약 | 각 조약 제5조 (OECD Model 기준) |
상대국과 합의된 PE 요건. 법률과 동등한 효력 |
5. 일반 고정사업장의 4가지 요건
오늘 포스팅에서는 일반사업장의 요건을 알아 보겠습니다. 일반 PE가 인정되려면 다음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조세조약과 법인세법, 그리고 대법원 판례에서 공통적으로 다루어지는 핵심 요건들입니다.
요건 ① 사업장소의 존재
물리적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사무실, 공장, 창고와 같은 시설은 물론, 일정한 면적의 공간이 확보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반드시 건물 전체일 필요는 없고, 일부 공간만으로도 충족될 수 있습니다.
요건 ② 처분권 보유 (실무상 가장 치열한 쟁점)
외국 기업이 그 장소를 자유롭게 사용·통제할 수 있는 권한(처분권, right of disposal)을 가져야 합니다. 소유하든 임차하든 무방하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정도로는 처분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가장 빈번히 다투어지는 요건이 바로 이 처분권입니다. 외국 기업의 직원이 한국 거래처 사무실 일부를 사용했더라도, 그 공간에 대한 처분권이 외국 기업에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출입 정도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현재 과세실무상 한국의 자회사 공간의 일부를 모회사가 사용하는 경우 이 장소를 모회사의 고정된 사업장소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건 ③ 고정성 (지리적·시간적)
· 지리적 고정성: 특정 장소에 고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동하는 영업 차량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 시간적 고정성: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통상 6개월 이상이 기준입니다. 일회성·단기 출장으로는 부족합니다.
요건 ④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 (실무상 가장 치열한 쟁점)
그 장소를 단순히 보유하는 것을 넘어, 그 장소를 통해 외국 기업의 사업이 실제로 수행되어야 하고, 이 활동은 수익 창출에 있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정보 수집·광고·물품 보관 등 예비적·보조적 활동만 하는 장소는 PE에서 제외됩니다(법인세법 제94조 제4항).
우리 대법원은 고정사업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 요건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위 법인세법 제94조 제4항 및 조세조약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으나 대법원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중요하게 파악하여야 하는 요건입니다. 대법원은 고객에게 단말기를 통하여 해외 주식, 채권 등 투자정보를 전달하는 사업에 있어서 단말기를 유통 및 관리하는 활동 정도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두19229, 19236 판결). 한편, 카지노 정켓(고객모집) 사업에 있어서는 모집한 고객을 접대하는 활동을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아 고정사업장을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72935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4두8896 판결
국내에 싱가포르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법인이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를 통하여 싱가포르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여야 하고(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두19229, 19236 판결 참조),
6. 자주 묻는 질문(FAQ)
Q1. 외국 기업의 한국 자회사가 그 모회사의 PE인가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자회사는 모회사와 별개의 독립 법인이므로 자회사의 존재만으로 모회사의 PE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회사가 모회사의 종속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모회사 명의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면, 간주 PE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과세관청은 모회사가 한국의 자회사 공간의 일부를 사용하는 경우 이 장소를 모회사의 고정된 사업장소로 보아 과세한 사례가 있습니다.
Q2. 단순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도 PE가 되나요?
A. 시장조사, 정보 수집, 광고 등 예비적·보조적 활동만 수행한다면 PE가 아닙니다. 다만 이름은 연락사무소라도 실제로 영업·계약 협상 등 본격적인 사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면 PE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질에 따라 판단합니다.
Q3. 호텔에서 일시적으로 영업하는 외국 기업도 PE인가요?
A. 시간적 고정성과 처분권이 핵심입니다. 며칠 단위의 단기 출장은 PE가 아닙니다. 그러나 호텔 객실이나 회의실을 6개월 이상 임차해 영업 거점으로 사용한다면 PE 인정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Q4. 외국 기업이 한국 고객에게 온라인으로만 매출을 올리면 PE인가요?
A. 전통적 PE 개념에서는 단순한 온라인 매출만으로는 PE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 내에 서버, 직원, 사무실 등 물리적 기반이 있다면 PE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문제는 OECD Pillar 1 논의의 핵심 쟁점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PE 개념을 어떻게 재정의할지가 국제 조세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입니다.
Q5. PE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요?
A. 가장 큰 차이는 사업소득 과세권의 발생입니다. PE가 없으면 원천지국은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지만, PE가 있으면 그 PE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원천지국의 과세권이 생깁니다. 또한 PE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인세 신고 의무, 원천징수 의무, 부가가치세 사업자 등록 등 여러 행정적 의무가 함께 발생합니다.
7. 마치며
국세청에서 외국법인의 PE 쟁점을 다루어 본 경험상,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두 가지 요건은 처분권과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입니다. 두 요건 모두 외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관계를 한 꺼풀씩 벗겨내면 결론이 쉽게 뒤집힙니다. 특히 외국 기업이 한국 거래처 사무실 일부를 사용하거나, 한국 자회사가 모회사 업무를 일부 수행하는 사안에서는 처분권 인정 여부가 수십억 원의 세금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플랫폼·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전통적 PE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OECD의 BEPS Action 7, Pillar 1·2 논의는 모두 기존 PE 개념을 보완하거나 우회하기 위한 시도들입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활동할 때, PE 쟁점은 사업의 첫 단계에서부터 사전 검토되어야 합니다. 사후에 다투기 시작하면 이미 양국 모두에서 이중과세를 받거나, 한쪽에서 무신고 가산세까지 추가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간주 고정사업장(종속대리인 PE)의 구체적 요건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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