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보면 직원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변호사들에게 조세변호사로서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세변호사로서 길은 매우 어려워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결론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 세법은 어렵고, 공부할 기회는 부족하다.
2. 조세전문변호사의 시장이 매우 작다.
3. 세무사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1. 세법은 어렵고, 공부할 기회는 부족하다.
세법은 어렵고, 공부할 기회는 부족합니다. 법률 양 자체도 방대한데다, 소득세제(소득세, 법인세), 소비세제(부가가치세)를 이해 하려면 회계 지식, 제도 자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들도 세법은 거의 손을 대지 못합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변호사와 세무사 간 직역 분쟁에 대한 견해는 아닙니다) 게다가 변호사 입장에서는 세법을 별도로 교육 받을 기회가 거의 전무합니다. 저도 로스쿨 출신이지만 로스쿨에서 세법이 워낙 인기가 없다보니 세법 강의는 폐강되기 일수고,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중 세법은 제일 인기기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직원들은 제 입장에서 보면 더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높은 진입장벽’을 이미 넘어온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습니다.
2. 조세전문변호사의 시장이 매우 작다 (대형로펌에 자리 잡지 않는다면)
조세변호사 분야는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아주 큰 사건(조세소송, 행정심판 및 조사대리)들은 대형로펌 조세팀(판사 출신 변호사 + 국세청 출신 세무사)으로 가고, 통상의 세무사건들은 당연히 대형 세무법인 및 개인 세무사들에게 갑니다. 결국 대형로펌 조세팀 변호사나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아니라면 중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가 조세 자체를 전문으로 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조세 전문으로 해서 살아남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물론 이 틈새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신 부티크 로펌 및 변호사들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가온, 평안 등등). 다른 변호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더라도 돈이 되면 어떻게든 변호사들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3. 세무사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조세 분야에 대한 법조시장이 지극히 양극화되어 있으므로 개인 변호사들은 결국 조세소송보다는 경정청구, 세무조사대리 등의 영역을 공략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전통의 강자인 세무사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조세소송을 수행할 수 있고, 국세기본법과 같은 절차적 쟁점에 강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세무 및 회계지식이 부족하고, 제도적으로 세무조정이나 기장을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경정청구나 세무조사대리 분야에서도 변호사들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최근 몇년 간 세무사와 변호사 간의 직역분쟁에서 보듯이 변호사협회의 조직적 대응력은 세무사협회에 비하면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조직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위 세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계속 갈 예정입니다. 일단은 변호사 업무 중 조세가 제일 재미있었고, 조세는 향후 기업에 들어가든 직접 운영하든 반드시 필요한 전문지식이자 경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위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조세 전문 변호사 커리어가 불투명하니까, 반대로 그 이유들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진짜 블루오션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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