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납세자의 힘의 균형이 뒤바뀔 때

 

 

 

1. 세무조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낯설면서도 막연히 두려운 대상입니다.

 

대부분 근로소득자들은 세무조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행정기관이 날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부담 혹은 두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권력기관들과 같이 과거의 잘못된 업무 관행으로 세무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는 국세청 및 세무당국의 권한을 제한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 세무조사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됩니다. 그러나 세무조사 자체가 가진 권력행위 특성상 국민들의 인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권리보호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국세청에 들어와 세무조사 지원 및 심의업무를 담당하여 보니 세무조사 절차가 상당히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부터 조사 진행 및 결과 통지, 이후 납세자의 불복까지 규정이 촘촘히 마련되어 있고, 납세자 보호를 조사국과 다른 내부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어 투명한 운영이 가능합니다(물론 100%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쟁점은 불복절차에서 대다수 구제됩니다). 물론 대법원이 세무조사나 납세자 권리구제 상 절차적 위법을 매우 엄격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한 몫을 했습니다.

 

또한 국세기본법상 마련된 납세자 권리보호 절차 이외에도 납세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권리보호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사실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는 직원분들을 통해서도 조사 현장 및 조사대응실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개선되고 있는지 많이 듣고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이유

 

다만 납세자들이 세무조사를 무서워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자체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FIU와 같은 기관, 검경 수사 등을 통하여 국세청은 다양한 과세, 탈세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납세자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조사를 통하여 대부분 그 꼬리가 밟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수의 조사가 불복 없이 끝이 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납세자들이, 특히 사업하시는 분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것이겠죠.

 

4. 납세자가 국세청 간의 일반적인 힘의 균형이 바뀌는 경우

 

그런데, 위와 같은 통상적인 힘의 균형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 대기업과 같은 납세자들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국세청에 자료 제출을 상당히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가끔은 국세청 혹은 대한민국 정부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과세관청이 원칙적으로 과세요건이 성립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므로 자료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과세처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국내원천 소득으로 당연히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있는데, 이를 행사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손해입니다. 결국 다국적 기업들은 그 소득을 본사가 있는 국가나 다른 저세율 조세피난처(tax haven)로 가져가 낮은 세금을 부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국세청이 골리앗처럼 느껴지겠지만 국세청에게는 다국적 기업이 골리앗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