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국세청에 여름 인사시즌이 다가왔습니다.
1. 공직에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직에 들어와 이제는 익숙해질 법한데 인사는 아직도 매번 새롭고 새롭습니다. 공무원에게 인사란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대통령만 보아도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실 및 국무회의 참석 장관들을 어떤 사람으로 채우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모든 걸 알고 결정할 수 없기에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국가 단위 정책으로 풀어맬낼 스 있는 유능한 행정전문가 존재가 정권의 성공에 매우 핵심적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 인사에 대한 작은 오해
사실 철 없고 경험 없던 20대에는 인사가 뭐 중요한가 우습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실력 있는 사람 앉혀 놓으면 알아서 제 기능하고 굴러갈텐데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보고 조직생활을 해보니 인사를 보는 시각이 확 달라졌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게 정치라고 배웠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사 역시 조직 내 한정된 자원(자리)를 수직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경영 관점에서 보면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들에게 더 좋은 자리, 높은 자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노동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회사나 공직이나 인사가 중요한 건 매한가지지만 공직의 인사는 좀 더 특수합니다. 회사라면 반드시 승진이나 좋은 보직으로 이동이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돈으로 그 성과에 대한 보상 및 동기부여가 가능합니다. 반면 공직은 승진, 보직을 통한 더 큰 권한(권력), 명예가 유일한 보상입니다.
3. 한여름 태풍 같은 인사시즌
국세청은 정중동의 세계입니다. 얼핏보면 공무원들처럼 평온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세무조사, 민원, 신고, 경정청구 등 상당히 역동적이고 재량이 많은 업무로 채워져있습니다. 이런 국세청의 일상에 일 년에 두 번 거대한 태풍이 닥칩니다. 바로 인사시즌입니다.
태풍은 가뭄, 홍수, 지신 등과 더불어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대표적 자연재해입니다.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뿌리며 재산상 인명상 피해를 입힙니다. 반면 태풍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지구 전체의 열 평형을 맞추는 데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적도 부근에서 엄청난 열을 받아 발생하는 태풍은 이러한 열에너지를 극지방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지구의 전체가 열적으로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뜬금 없이 태풍 이야기를 했지만 6.30자 인사를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몰아치는 태풍.
이번에도 예기치 않은 인사로 제 주변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원래 7월 인사는 정례적으로 있었고, 이번에도 몇몇 바뀔 자리가 있어 대략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인사가 나오면서 국세청 생활에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이게 마지막 장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막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지 모르겠으나 엄청난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여름 태풍과 인사시즌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 예기치 않은 피해(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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