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 조사국 소속으로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절세 또는 조세회피 그리고 세무조사에 대하여 다각도로 생각할 기회가 많습니다.
1. 탈세와 절세의 차이
세무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탈세를 잡아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탈세는 부정한 행위를 통하여 조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행위입니다. 탈세 개념은 명확합니다. 객관적으로도 세법 위반이고, 납세자도 (주관적 측면에서) 고의를 갖고 있죠.
반면 탈세와 다른 개념인 절세는 경계가 모호합니다. 절세의 사전적 의미는 세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줄이는 행위입니다. 말만 들으면 절세 자체가 뭐가 문제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법 위반 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주관적입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절세지만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탈세가 될 수 있습니다.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기관, 우리나라는 국세청(국세), 지자체(지방세), 세관(관세) 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법이 모든 걸 규율할 수도 없어 맹점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맹점을 납세자들이 고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일일이 금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세법의 위반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바로 이점에서 세무조사의 필요성이 등장합니다.
2. 세무조사가 필요한 이유? - 불법적 절세를 찾기 위해서
세무조사를 통해서 절세 중 정말 용인할 수 없는 행위를 잡아내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절세 행위라도 세법이 세액공제, 소득공제 등의 명목으로 정책적으로 장려 혹은 묵인하는 영역이라면 ‘합법적 절세’로서 규제 대상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세법이 의도하지 않는 방법을 악용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라면 ‘불법적 절세’로서 규제가 필요합니다. 불법적 절세는 그러고보면 사실상 탈세와 같은 개념임을 할 수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바로 이 '불법적 절세'를 발견하는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부모 자식 간에 증여를 보겠습니다. 합법적 증여세 절세라고 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규정한 부모-자신간 공제 한도가 있습니다. 미성년자 자녀의 경우 2000만 원까지 공제되고, 성인인 자녀의 경우 10년 간 5000만 원입니다. 반면에 불법적 증여세 절세라고 하면, 부모-자식 간에 금전대체계약(돈을 빌려주는 행위)을 체결한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는 (보통 아파트 구매자금)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은 증여에 해당하여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이자를 주고 받는 등 진짜 돈을 빌린 것이라는 추가적인 사정이 있어야 진짜 '금전대여'계약으로 인정되고, 아니면 증여세를 부과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불법적 절세는 어떻게 찾을까요?
3. 실질이 중요하다
절세를 합법적 절세와 불법적 절세로 나누어 불법적 절세는 사실상 탈세와 같은 개념이므로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점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절세의 정의에 따르면 불법적 절세 역시 외형은 탈세가 아닌 세법에서 정한 경계 내에 있는 행위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적으로 이렇게 세법 위반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어떻게 세법 위반으로 탈세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가요? 즉, 불법적 절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실질과세원칙에 있습니다. 실질과세원칙이란 과세의 대상과 과세표준의 계산에 대한 방법을 경제적 실질에 의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납세자가 어떠한 형식을 택하든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구성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증여세 절세 행위에서 부모-자식 간에 5억을 10년 간 빌리는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외형적으로 완벽한 법적 형식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5억 원의 돈을 장기간 빌림에도 불구하고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행위의 실질(본질)은 증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질과세원칙은 이렇게 납세자가 택한 형식을 넘어 경제적 실질을 통하여 그 (세)법적 성격을 재규정하고 그에 따라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시킵니다. 위 경우 수증자 지위의 자식은 증여세는 물론 무신고가산세 등과 같은 추가적 제재를 받게 됩니다.
물론 실질과세원칙이 무조건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 적용요건이 명백하게 정해져 있고, 법원 역시 국세청이 무리하게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는 경우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절세의 외형을 띤 탈세시도를 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할 수 있고, 이때 실질과세원칙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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