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에서 열린 OECD 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새로운 조세제도인 필라1의 일부인 Amount A 도입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국제조세에서 OECD의 역할
OECD는 우리가 흔히 선진국들의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국제기구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공식명칭도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입니다. 그런데 OECD가 회원국의 조세 정책 협력에 관하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OECD는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동시에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조세조약 및 이중과세조정에 관하여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OECD는 회원국들에게 조세 쟁점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국가간 협력 모델을 개발하는 등 국제조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합니다. 그러므로 국제조세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OECD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OECD가 10년 간 조세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세입니다.
2. 디지털세란 무엇인가
디지털세란 정의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계 각국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들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조세회피 전략을 비판하고, 이들이 자국 시장에서 거두는 소득에 대하여 과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세를 일반적으로 디지털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IT 기술이 발전하자 글로벌 IT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력으로 전세계에 걸쳐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하였고, 전세계로부터 엄청난 소득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전세계에 네트워크를 뿌린 이들 기업은 어느새 개별 국가를 뛰어 넘는 자금력과 영업망을 갖추었습니다.
'더블 아이리쉬 앤드 더치 샌드위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에 두 개의 자회사와 네덜란드의 하나의 자회사를 통해 글로벌 소득을 돌리면 세율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이 이러한 조세전략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하여 대중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비슷한 조세회피 전략으로 세금을 회피하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등장한 논의가 디지털세입니다. 특히 유럽에서 디지털세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IT기업에게 시장을 빼았겼지만 그 기업들이 유럽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여 정작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였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국이 기존 국제조세 체계를 통하여 세금을 거두려다보니 법적인 한계가 존재하였고, 글로벌 기업들에 대하여 각국이 공조하여 공동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3. OECD 주도로 나온 디지털세가 필라1, 필라2이다
OECD를 비롯하여 G20이 함께 글로벌 디지털세제를 공동으로 계획하였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아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합니다. 이를 위해서 크게 두 개의 정책을 축으로 이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각 정책을 필라1, 필라2라고 부릅니다. 필라는 기둥이라는 뜻인데, 우리 말로 번역하면 기둥 1, 기둥 2인데 표현이 어색하여 그냥 다들 필라1, 필라2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복잡한 내용이라서 이 글에서는 간단히 컨셉만 설명드리겠습니다.
필라1은 다국적 기업이 소득을 벌어들인 시장(국가)에서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그룹사의 글로벌 소득을 각 시장소재지국에 배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필라1은 세부적으로 Amount A와 Amount B로 나뉩니다. 어마운트는 '양'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그러니까 Amount A와 Amount B는 어떤 소득을 계산한 총량을 뜻합니다.
Amount A는 일정 요건을 갖춘 다국적 기업 그룹의 글로벌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전세계 각국가에 매출액 기준으로 배분하는 정책입니다. 그때 글로벌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초과이익이라고 하고 그 초과이익을 Amount A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한편 Amount B는 다국적 그룹의 소속 계열사 중에서 '낮은 위험을 부담하는 도매업자(Limited Risk Distributor)'의 경우에는 정상가격(이전가격세제에서 적용하는 개념)을 OECD에서 직접 도출 및 공시하였다는 정책입니다.
필라2는 글로벌최저한세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법인세율이 너무 낮은 국가나 지역(조세피난처)으로 소득을 이전하여 법인세를 회피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정책입니다. 기준 법인세율을 15%로 정하고, 다국적 기업 그룹에 속한 특정 계열사가 15% 세율 미만을 적용받는 경우 15%로 과세한 세액 만큼의 차액을 모회사나 자회사에게 추가로 부담시킵니다.
필라1, 2 자체로도 국제조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무엇보다도 각국이 공조하여 하나의 조세 제도를 구축한다는 점이 기존 국제조세 체계와 확연히 다릅니다.
4.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는 점
필라 1, 2도 취지는 훌륭하지만 현실화되는 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우선 필라1은 각국 이해관계가 달라 계속 협의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파리에서 Amount A 시행이 유예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튼 이번 유예로 Amount A는 아주 빨라도 2026년에야 시행될 수 있습니다.
필라2는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에 까지 성공했습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장에 관련 내용이 입법되었습니다. 다만 현재 시행예정일은 24. 1. 1.입니다. 이 시행일도 향후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모릅니다. 이에 관하여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3.01.10 - [세금과 불복] - 2023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내용
필라 1, 2는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한 이후 활발하게 논의를 거쳐왔습니다. 코로나19 3년을 거치며 전체적인 일정이 늦어졌고, 각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어떻게 전개가 될지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다만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모습이든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합니다.
'세금과 불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략적 세금 기획에 관하여 알아봅시다. (0) | 2023.07.23 |
---|---|
절세와 조세회피의 차이 (0) | 2023.07.23 |
[23년 개정세법] 국세기본법 ‘친족’의 범위 변경 (0) | 2023.07.05 |
현금입금 시 세무조사 당할 수 있나? (0) | 2023.06.25 |
과세관청은 절차상 하자로 무효인 경우 재처분할 수 있나 (0) | 2023.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