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이 실질과세원칙으로 어디까지 과세할 수 있을가요? 판례를 통해 그 한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실질과세원칙을 둘러싼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긴장관계
조세불복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쟁점이 바로 실질과세원칙을 둘러싼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해석창입니다.
납세자는 사업목적 또는 절세목적을 갖고 경제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여러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과세관청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택한 법적 형식 안에 숨어 있는 납세자가 실제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지 규명하여 그 경제적 실질에 따른 과세처분을 내리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A가 계열관계나 지분관계가 없는 제3자인 기업 B에게 A가 가진 고부가가치의 자산을 양도하고, 기업B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자산을 A의 자회사인 C에게 다시 양도하였다고 가정합시다. 과세관청은 A가 C를 지원하기 위하여 A가 가진 고부가가치의 자산을 C에게 싸게 넘겼다고 보아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하려 과세하려고 할 것입니다. 반면 기업A는 A-B와 B-C 간의 거래가 각자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개별 거래라고 반박할 것입니다.
이번 판례는 실질과세원칙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판례입니다.
2020두37857 판결 사실관계
내국법인 A가 외국법인 B와 JV(합작회사)인 내국법인 C를 설립했습니다. A는 자신의 네트워크 사업부문 전부를 C에 현물 출자하고, C회사의 주식을 교부받았습니다. A와 B간에 우선주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 약정에 따라 C는 A에게 우선주 감자대금을 지급하였습니다. A는 이를 자본감소에 따른 의제배당으로 보아 법인세법상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하여 이 의제배당액을 익금에 포함시키지 않앗습니다.
과세처분 내용
과세관청은 이를 의제배당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금액이 A가 C에게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양도하고 받은 사업양도대금으로서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익금산입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입니다.
원심판결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과세처분의 논리대로, 우선주 감자를 통하여 A가 의제배당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련의 거래를 재구성하면 결국 A가 C에게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양도하고, 이에 대한 양도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법원 판결 - 파기 환송
(1) 대법원은 아주 기본적인 실질과세원칙 관련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
실질과세원칙 관련한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의 대립이 있을 때 항상 등장하는 법리입니다.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지만 납세자로서도 어떤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수단이 있는 경우 그 중 가장 경제적으로 이득이되는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그런 경제적 선택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납세작 선택한 법률관계에 특별히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면 그대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면 과세관청은 실제 일어난 법률관계를 재구성하여 과세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질과세원칙의 한계입니다.
(2) 위 법리를 토대로 대법원은 원심과 다르게 납세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위 우선주 감자대금은 그 약정에 따라 권리관계가 정해지고, 그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양사 간에 우선주 감자대금 협정을 체결할 사업적 목적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거래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에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가 C로부터 우선주 감자에 따른 의제배당을 받은 것이 맞다고 보아 과세관청의 법인세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시사점
법원은 이 판결과 같이 과세관청의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과세처분에 대하여 제동을 걸곤 합니다. 실질과세원칙 적용 시 납세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므로, 그 적용에 있어 더 신중을 가하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물론 세무조사나 과세처분 단계에서 실무상으로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납세자 입장) 내려줄 지, (과세관청 입장) 해버릴 지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쟁점들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밝혀지는 사례가 많으므로 실무상으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쪽이 결국 이기는 게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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